샌프란시스코에 사는 한국인 친구가 있다. 그는 종종 춤을 추러 한국에 들어오곤 하는데, 얼마 전에도 한국에 와서 여러 밀롱가를 다녔다.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기 전에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서울은 더 이상 땅고 커뮤니티가 아니야. 이건 땅고 사회야.” 이게 무슨 뜻일까?

우리나라의 땅고는 최근 급성장해서 서울에서 과연 몇 명이 춤을 추고 있는지 짐작하기가 힘들 정도다. 작년에만 홍대 부근에서 7군데의 새로운 밀롱가 및 연습실이 생겨났다. 기존에 있던 곳까지 하면 홍대 근처만 십여 군데가 된다. 모두 밀롱가 및 쁘락띠까, 강습을 진행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밀롱게로들이 춤을 추고 있을까? 얼마나 많은 밀롱가 오거나이저들이, 디제이들이, 강사들이 일하고 있을까?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들은 너무 밀롱가가 많아서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한다. 사실 선택이 쉽지 않다. 심지어 국내 땅게로스들조차 얼마나 많은 밀롱가가 있고 어떤 분위기인지 다 알지 못한다. 매번 밀롱가를 가면 기존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얼굴들을 만날 수 있다. 초급 뿐 아니라, 그동안 어디에 있다가 나타난 건지 모르겠는 경력자들도 많다. 서울이 땅고 사회라고 느껴지는 이유는 전체가 얼마나 큰지 다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땅고 인구가 늘면서 땅고에 관한 일도 좀 더 분업화되기 시작했다. 커뮤니티가 작을 때에는 한 사람이 가르치는 일도 하면서 동시에 디제이도 하고 오거나이저도 하는 게 가능하다. 혹은 그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춤을 추는 인구가 늘면서 그 중에는 땅고를 업으로 하고자 하는 이들도 많아지게 되었다. 일하는 사람이 많으니 한 사람이 모든 역할을 할 필요도 없고 하기도 힘들어 지게 되었다.

예를 들어, 땅고를 가르치는 사람이 많아지면 학생을 모집하기 위한 경쟁도 심해지게 된다.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르치는 일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따라서 점차 다른 일을 하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땅고 인구 및 수요가 많기 때문에 땅고를 업으로 하고자 하는 이들의 수도 많다. 따라서 그 안에는 경쟁이 엄청나다. 전문가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부에노스 아이레스에는 프로페셔널 땅고 댄서가 많은 것이다.

또한 서울에는 전문 밀롱가 오거나이저가 생기기도 했다. 밀롱가 이름을 상품화 하여 일주일에 여러 번을 각각 다른 장소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한 밀롱가 이름을 따르는 일정한 팬 그룹도 생겨났다. 당연히 밀롱가들도 경쟁이다. 오거나이저들은 더 좋은 퀄리티의 밀롱가를 운영하기 위해 여러 아이디어를 짜낼 것이다. 이것은 나아가 밀롱가 문화가 발전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춤을 추는 모든 이들이 그 혜택을 받는다.

그렇다고 모든 땅고일을 하는 사람들이 프로인 것은 아니다. 이 분업화 과정은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에 늘 아마추어와 프로페셔널이 공존한다. 프로가 아마추어보다 더 중요하다거나 아마추어가 전문적으로 일하는 사람보다 실력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도 없다. 다만 전문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좀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뿐이다.

한 일본인 친구는 서울의 밀롱가가 갑자기 늘어난 것에 대해 걱정을 했다. 갑작스러운 발전이 부정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밀롱가가 늘어난 만큼 사람들이 나누어질 것에 대한 우려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서울의 밀롱가에 가 보면 선택의 폭은 늘어났지만 어느 곳도 그전처럼 사람이 북적이지 않고 깊은 만족감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이러다가 다들 끼리끼리만 어울리고 서로 배척하는 문화가 되어 결국 땅고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쇠퇴할까 염려가 된다고 했다.

짧은 기간만 놓고 보면 그 말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서울에서 이미 몇 차례 겪은 바 있다. 새로운 밀롱가가 생기거나 기존의 동호회에서 누가 나가서 새로운 동호회를 차리면 늘 기존 멤버를 끌고 나가게 된다. 그리고 당장은 사람이 나뉘어져서 둘 다 살아남지 못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새로운 사람들이 빈자리를 메꾸어 주곤 했다. 결과적으로 이런 현상은 땅고 인구가 늘어나는데 일조를 한 셈이다.

나와 화이는 땅고로 15년을 함께 일했다. 늘 누군가가 그들의 능력을 발휘하고 땅고일을 하러 뛰어드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으로 뿌듯하고 행복한 일이다. 그들은 또한 우리로 하여금 더 발전해야겠다는 결심과 동기를 부여해 준다. 그래서 우리는 서울의 땅고는 전망이 아주 밝다고 생각한다.